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Extracurricular) 가이드: 소년 괴물 탄생
- 텔레비전
- 2020. 5. 31. 00:38
오랜만에 한국 드라마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의 TV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구구절절 말하고 다녔다면 요즘은 "너 슬의생안 봐?"라고 물어오면 "그냥 취향에 안 맞아서..."라고 얼버무리는 편이다. 이제는 나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한 가지 고르라고 한다면 '익숙한 자극이 아닌 색다름'이라고 말하겠다. 예를 들어 나의 현재 시청 중인 콘텐츠에 들어있는 작품 몇 개를 적자면 타이거 킹:무법지대, 스페이스 포스, 릭 앤 모티, 종이의 집 정도다. 대충 감이 오겠지만 이런 사람이 슬의생을 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듯하다. 하지만 이것도 100%는 아니다. '별나도 괜찮아' 같은 익숙하고 따뜻한 가족, 뭉클 드라마도 의외로 잘 본다. 이런 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한국 드라마를 집어 들었다.
요즘 10대를 알고 싶다면
인간수업은 청불이며 자극적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요소가 가득하다. 처음엔 사이버 성범죄가 논란으로 떠오른 지금 노를 젓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단순히 물 들어올 때 노만 저은 자본주의 쓰레기 작품이 아니다. 그랬다면 어설프게 미화하거나 과도한 공감을 시청자에게 강제로 주입하려다 거하게 욕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한번 재생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수미상관을 이루는 극의 구조와 단순하지만 명확한 배역 설정에 있다. 지수와 규리는 분명히 괴물이지만 공감 영역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제2의 지수 제3의 규리는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것은 처음과 끝에 나지막이 울려퍼지며 대미를 장식하는 담임교사의 내레이션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점은 규리와 지수의 내면을 판타지스럽게 연출한 장면들이었다. 갑자기 염력을 가진 자신을 상상하는 규리라던가 신과 함께를 떠올리게 만드는 꿈속에서 삽으로 시체를 묻다가 "저 (내신 또는 수능) 몇 등급이에요?"라고 묻는 지수의 꿈은 그냥 재미로 지나칠 수 있지만 괴물이 되어가는 과도기이며 정말 많은 걸 내포하고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요즘은 정말이지 똑똑한 괴물과 소시오패스가 단순한 쾌락 또는 돈을 위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소식이 하루하루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하고 있다.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는 이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인간수업은 특히 소년범죄가 급증하는 사회 현상을 그저 한 명의 일탈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부모, 학교,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의 문제로 볼 것인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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