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노스포 후기

그때 그 사람들

카멜레온 이병헌

내가 뽑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는 송강호도 최민식도 아닌 이병헌. 이 카멜레온 이병헌이 자꾸 해낸다. 이병헌은 색이 없다. 초등학교 정문 앞 문방구에서 100원 주고 산 새하얀 도화지다. 어떤 그림이든 그려낼 수 있고 크레파스의 품질은 뛰어나다. 내가 이병헌 찬양자가 된 건 누아르도 액션도 로맨스도 아닌 싱글라이더다. 다른 작품에서 이어온 연기가 싱글라이더에서 방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카리스마와 로맨스의 이병헌이 변신한 기러기 아빠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는 기러기 아빠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그런 이병헌이 이번에는 남산의 부장으로 변신했다.

중립기어

민감한 영화다. 역사적으로는 가장 최근의 일이니까. 영화는 중립을 지키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우리가 아는 그 독재자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보여주기 보다는 장기 집권하며 잃어버린 소통과 측근에 대한 불신의 중첩을 더욱 부각한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낳은 의사결정이 비이성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김부장이지만 결고 그를 미화하지 않는다. 그도 정치 알력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은 각하의 신뢰를 받고 싶어 하는 권력지향형 인물이며 때로는 극단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과, 통치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가 겪는 심리 변화를 통해 이런 양면성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결코 그도 고이고 썩은 물이라는 건 변할 수 없다.

최선이다

대한민국을 갈라놓은 대표적인 사건인 만큼 어떻게 만들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정말 줄타기를 잘했고 치우치지 않았지만 보는이가 어느 쪽이든 극(Far)에 있다면 마음에 들진 않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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