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시 :: 김사과 :: 광기의 시

 

김사과 :: 테러의 시

내가 공복에 해야할 건 유산소 뿐 아니라 '테러의 시'를 읽는 것이었다. 역겹다. 역겹게 슬프다. 역겹게 서정적이다. 마구잡이로 띄어쓰지 않고 타이핑 된 광기의 문장을 읽을 때, 과격한 표현이 노골적으로 분출되어 나의 정신을 흔들고 속을 뒤집어 놓고 구역질을 올리게 할 때도 나는 소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걸까? 너무 작위적인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소위 '현실이 더 하지'라는 뭇 사람들의 말을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분노와 측은함을 오고가며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난 '제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다'같은 형식적인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이 작품이 가지 표현력과 불편함 그리고 자신감에 대해 말하고 싶다. 굉장히 간결한 문장으로 진행되는 테러의 시는 문장에 군더더가 없다. 말라깽이 같이 다 드러낸다. 하지만 이 간결한 문장들은 이내 혼돈이 된다. 짧고 간결하게 체 한줄이 넘어가지 않는 -다, -다, -다, 로 끝나는 문장들이 마치 기관총처럼 다다다다다다다! 내 머리속에 박혀든다. 그 문장들은 역겹고, 추악하며 앞뒤 구분 없이 섞여 초현실을 만들어낸다. 제니가 꾸는 꿈 속으로 독자도 점점 몽롱해져 들어간다. 

이 소설은 불편하다. 언론에서 떠들어대거나 인터넷에 짤로 떠돌아 다니는 불편한 진실정도의 불편함이 아니다. "너네 양지 바른 곳에 사는 인간들아? 니들이 건네는 탁상의 정책이나 기부 또는 도움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단다. 그런건 진짜 시궁창엔 닿지를 않거든"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양지로 나오려고 할 때 조차 추악한 양지 바른 놈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며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마치 영원히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탑승한 승객처럼. 너무나 많이 원점으로 돌아오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물레방아를 영원히 돌리고 있는 것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게...반복된다.

김사과는 자신있다. 호불호를 감당할 자신, 불편함을 감당할 자신. 개인적으로 소설이 말하는 바가 너무 노골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김사과는 충격요법을 선택했다.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비속어와 저질스러운 단어를 서슴치 않고 마치 광기들린 듯 휘갈긴다. 

읽어보라고 차마 권할 수 없는 소설이다. "너 이런 책 읽니? 어둠의 자식이구나?"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은 책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일상속에서 우울 몇 방울 타서 즐기는 타입이라면 펼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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