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 독서
- 2020. 5. 12. 00:27
곽정은
마녀사냥을 통해 알게 된 곽정은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난 특징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가 봐도 까다롭게 보이는 사람에게 강렬한 흥미를 느낀다. 곽정은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역시 흔하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혼한 여자가 해주는 연애상담이라니 적어도 현실에서 그런 조언은 받을 수 없으니 흥미로웠다.
혼자에 큰 의미 두지 마라
이 책은 연애 경험은 많지만 그리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읽는다면 참 좋은 책이다. 하지만 나같이 연애 알못이라 '외로움이 뭐지? 멀뚱멀뚱'하는 놈은 공감이 잘 안 가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이전 연애를 떠올리며 집착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신기한 깨달음을 얻었다.
연애를 자주 또는 많이 해서 항상 누군가와 함께인 상태를 유지했던 사람들은 혼자 지내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의미를 두고 혼자 무엇을 하는 것에도 참으로 서툴다는 것이다. 혼자 가는 먼 해외로의 여행, 혼자 집에서 꿀꺽하는 술 등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혼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미련이 느껴졌다.
나는 딱 한 번을 제외하면 항상 혼자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래서 혼자 유럽과 미국에 자유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을 때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전혀 알지 못했다.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솔직히 나는 이기적인 놈이어서 남에게 맞추는 걸 잘 못하고 딱히 같이 갈 사람도 없어서 혼자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혼자 하는 해외여행은 뭐 대단히 마음을 먹고 결단을 내려서 하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혼자 하는 여행은 '대단한 싱글차지'를 감수한 행위라 한다.
10편의 영화를 보면 9편은 혼자 보는 편이다. 보고 싶을 때 즉흥적으로 보러 갈 수도 있고 집중해서 관람이 가능하다. 오히려 누군가와 같이 영화를 보는 게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영화를 안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혼영 하는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굉장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혼자가 익숙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잘 모르거나 혼자인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사실 연인과 하는 모든 행위는 혼자 하면 더욱 재밌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혼자 카페를 가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쇼핑을 하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술집에서 한잔 기울이고 혼자 초밥집에 가는 것 모두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좀 안타깝다.
혼자라는 건 전혀 특별하지도 않고
가엾게 여길 필요도 없는 인생의 디폴트다
요즘 혼자를 위로하는 책들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밥 한 끼보다 가치 없는 에세이가 많다. (일명 힐링 팔이라고 한다.) 의미 있는 위로와 조언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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