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 Paradise Is Under Your Nose

애드 아스트라 :: 별을 향해

특이한 구성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초가을의 주말 나는 잠깐 우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빵형과 함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느리고 정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생명의 위험이 닥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일관적이다. 완전한 주인공 시점을 유지하면서 SF 장르에 독백 내레이션을 넣은 시도는 굉장히 신선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이 어떤 인간인지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심적 변화도 매우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애드 아스트라는 또 다른 영화 퍼스트 맨처럼 인물의 눈가 주름까지 클로즈해서 보여준다. 마치 인물화를 보는 듯하다. 한 인간의 얼굴을 굉장히 가까이서 관찰하니 알 수 없는 무게감에 짓눌렸다.

어떤 이야기?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를 짧게 정리하면 자기 파괴적이고 냉소적인 주인공이 지구를 떠나 몇십억 킬로미터까지 가서야 그토록 찾던 것이 코 밑에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사실 어려운 것이 없는 이런 주제는 그동안 다른 영화에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지구에서 겪는 시련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많이 봐오던 상투적인 주제도 우주라는 매개체를 빌리면 주인공이 겪는 시련이 더욱더 애달프게 느껴지며 마침내 끝에서 느끼는 교훈은 별것 아니더라도 더 극대화된다. 우주. 신비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쇠보다 차가우며 바다보다 깊고 밤보다 어두운 공허를 시각적으로 마주하면 잠깐은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그 고요가 편하겠지만 결국 냉혈한도 사람과 부대낄 때야 냉혈한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혼자 보려면 봐라

이 영화는 하드코어 SF다. 나는 그 명작이라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볼 때마다 잠들어서 10번의 시도 끝에 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수면제는 아니다.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같은 두근거림 보다는 퍼스트 맨을 보고 가면 그나마 예매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불호 확실히 갈리니까 혼자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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