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맨 :: 마틴 스코세이지 :: 찬란한 허망
- 영화
- 2021. 11. 28. 00:16
느리고 정적이지만 묵직하다. 절대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밀도 있는 진행은 대사 하나라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전후 미국을 관통하는 대서사시인만큼 어느 정도는 역사적 사전 배경을 알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아이리시맨을 보기 전에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 채널(채널 홍보 아님)에서 지피 호파와 당시의 트럭 운송 노조 그리고 마피아에 대한 배경을 들었고 그로 인해 이야기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자신이 전후(50-70년대) 미국을 뒤흔든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의 회상 인터뷰를 따라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 할아버지를 비롯한 주인공 삼인방은 모두 실존 인물이고 그들의 관계도 실제다. 그들이 했다는 행위 자체는 증명되지 않은 픽션일 수 있지만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에 아직까지 미국인들의 안주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혼돈의 시대. 그러나 눈부신 경제성장 속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하기 위해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추악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는 가장 인간적인 시대. 그 시대를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프랭크 시런과 알 파치노가 연기한 지미 호파를 통해 너무 잘 담아냈다. 이 이야기에서 모든 인물은 입체적이고 양면성을 띄고 있다. 그렇기에 객관적 정의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지만 이들이 행하는 행위에는 한 가지 공통된 정의가 있다. 그것은 가족과 우리 편이다.
스포일러가 되는 이야기는 뒤로 두고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프랭크 시런이 은퇴 후 가족 관계를 되살려보려 노력하지만 그는 자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채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장면이다. 그가 한 변명은 매우 익숙하게도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는 밖에서 혼자 고군분투하지만 가족은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었고 그는 말해주지 않았다. 결국 가족 간의 소통은 끊겼고 시간이 흘러 남은 건 가족에게 버림받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초라한 노인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 세대라고 한다. 요즘의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갈등만큼 이 윗세대도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이제는 기득권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비록 가정에 소홀했지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가족을 위해 밖에서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너네 부모님 세대의 희생을 좀 알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어쩌면 조금 꼰대 같은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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