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구찌 :: LONG LIVE THE GUCCI

느긋하게 카페에서 짱구만 굴리면서 '뭐하지...' 하다가 얼마 전 지나가면서 본 광고에 걸린 하우스 오브 구찌를 떠올렸다. CGV 앱을 켜고 훑어보니 마침 개봉을 해서 바로 예매 버튼을 눌렀다. 광고는 레이디 가가 중심이었지만 나는 평소 아담 드라이버의 굉장한 팬이어서 큰 기대가 되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 8, 9편, 결혼 이야기, 라스트 듀얼을 거치면서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반했다고 할까.

솔직하게 'K-Drama'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막장 이야기가 덜 막장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름다운 풍경과 고급스러운 의상 그리고 결정적으로 귀족 가문의 실화 이야기라는 배경이 주는 환상 때문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구찌에 이런 탐욕에 물든 흑데렐라 스토리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짧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재밌게 보았다. 명품 알못이어서 영화에 등장하는 의상과 소품을 다 짚어내지는 못했지만 구찌만의 아이덴티티는 확실하게 뇌리에 박힌듯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 영화는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이 열연한 '결혼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서로를 너무 사랑했던 결혼 이야기와 달리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점이 다르지만 헤어짐의 과정에서 악마에 씐 것 마냥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고 증오하는 마음은 결혼 이야기의 또 다른 시즌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리들리 스콧'을 굉장히 좋아하며 나에게 그는 '중세'과 'SF'로 귀결된다.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에이리언 시리즈',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 등 리들리 스콧의 영화는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리들리 할배가 만든 영화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이질감을 준 영화가 '하우스 오브 구찌'다. 솔직하게 완전히 그의 장기라고 보이는 장르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구찌 가문의 다른 인물을 다룰 때는 큰 줄기를 벗어나는 듯했고, 결혼생활이 파국을 맞기 전 소원해지는 과정은 조금 늘어지기도 했다.

구찌 가문의 이야기답게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와 대척점에 있는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의 현재 상태를 의상으로 나타낸 대조는 너무 좋았다. 명품 의상에 관심이 없었던 나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품격 있있는 의상을 입은 명품 가문의 도련님 같은 마우리치오가 구찌를 뽐낸다. 반대로 파트리치아의 의상은 이탈리아 중산층의 의상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며 결혼을 하고 구찌 가문에 들어온 파트리치아의 의상은 그녀가 탐욕을 더해감에 따라 황금색, 붉은색, 실크 등의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반대로 결혼생활에 지친 마우리치오의 의상은 깔끔하고 심플하며 색상도 그레이, 블랙 계열로 차분함을 유지한 채 무늬를 최소화한 소박한 느낌으로 현재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현재 극장에서 크게 볼 것이 없는 2022년 1월 극장가에서 '하우스 오브 구찌'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영화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니 오미크론 시대에 할 게 없다면 극장 한 번 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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