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심포닉 한 메탈리카요? 

약속이 하나도 없는 주말. 오전 운동을 끝내고 나른해지는 중이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영화를 정말 많이 보았는데(한 달에 두 번 이상) 이러다가 내년에는 CVG VVIP를 유지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라는 불안이 엄습했다. 불안을 제거하는 방법은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니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상영작들을 보니 대부분 구미가 당기지 않는 영화들이었다. 그때 눈에 '메탈리카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라는 영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오케스트라와 메탈리카가 협업한 공연이라고요? 당장 예매 버튼을 눌렀다. 

한창 메탈을 많이 들었을 때는 북유럽 심포닉 메탈도 참 많이 들었었다. 주로 템포가 빠르고 파워 메탈과 영역을 겹치는 장르다. 정말 신나게 들었지만 자기 복제가 심한 장르여서 오래 듣지는 못했다. 극장으로 가는 동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심포닉 한 메탈리카의 곡들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더욱 심장이 두근댔다. 


극장에 나만 있어? 그렇다면 소리벗고 팬티질러

나에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가 열렸던 2014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나는 그때 메탈리카를 처음보았다. 그 이전에는 MP3 로만 존재하던 밴드가 현실로 다가왔다. 당시만 해도 스탠딩 록 페스티벌 경험이 일천하지 않았던 나에게 어디 숨어있다가 나타났는지 모를 빡빡머리 거구의 백인 관객들은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연 시작과 함께 판을 주도하기 시작한 그들은 이리저리 사람들과 부딪히며 날뛰는 들짐승이었다. 그들은 과격했고 많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불러들인 채 극장으로 들어갔으니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마침 공연장 아니 극장에는 클럽 발 코로나의 여파로 나밖에 없었으니 그야말로 나의 독무대였다. 


오프닝 'The Ecstasy of Gold'부터 심각하게 웅장했다. 이것은 오케스트라인가 메탈 공연인가? 마치 원피스에 웅장 웅장 열매가 있다면 먹고 나서 이런 느낌이겠지. 16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대부분 일어나서 공연을 보았더니 훨씬 현장감이 느껴졌다. 페스티벌이나 공연러들은 육체와 함께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2018년 극장을 강타한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이 생각났다. 백미는 마지막에 마스터 오브 퍼펫과 원 그리고 앤터 샌드맨이었는데 이 때는 거의 반 공연장 느낌으로 극장 무너져라 점프했더니 나올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운드 X'나 '메가박스 MX'와 같이 사운드 전용 프리미엄 관에서 상영을 하지 않아서 많이 아쉽다. 코로나로 인해 해당 관들이 수익 발생이 저조해서 그런 건 알겠지만 이런 실황 공연은 사운드 관에서 상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공연에 가지 못해 금단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극장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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