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m(프롬) :: Dear December 연말 공연에 다녀왔다

오랜 만에 합정역에 내려 롤링홀에 도착했다

From. (출발지) ~에서(부터), (시작 시각) ~부터, ~에게서(온/받은) 사전적 의미의 뜻이다. 처음에는 ‘Fromm’인지 알지 못했기에 내 머릿속에는 사전적 의미가 개별적으로 또는 합쳐지며 프롬이라는 이름에 대한 추상적 이미지가 형상화 되었다. 밴드나 아티스트 명은 뮤지션이 직접적으로 인터뷰에서 그 유래를 밝히지 않았다면 (뭐.. 나중에 밝혀도 상관없다) 리스너 스스로가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 그 과정은 노래를 감상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해석을 부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즐길 수 있다. 나는 나의 최애 곡은 아니어도 해당 밴드의 상징적인 곡이라 생각되는 트랙들이 꼭 있는 편이다. 나에게 프롬에 의미를 부여해준 곡은 Arrival(도착)이었다. 기나긴 비행 끝에 혼자 도착한 여행지의 공항에서 우연히 재생하게 된 이 곡은 패션에 대입하자면 굉장히 TPO가 맞아 떨어진 순간에 내 귀를 때렸고, 그 순간 이리저리 산만하게 떠돌던 의미가 하나로 융합되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매고 있던 배낭의 무게, 손잡이와 발밑에 움직이던 공항 무빙워크,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었던 외국인들의 웅성임 까지. 처음 한국을 떠나 배낭을 들고 발 디뎠던 그 곳에서 프롬의 의미를 찾았다. 결정적으로 이 노래를 공연에서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뻣다.

아름다운 서울의 밤

프롬의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항상 최신 앨범이었다. ‘Arrival’ 에서 ‘Erica’였다가, ‘Midnight Candy’의 몽환적 분위기에 반했다가, 하지만 이제는 이 샛노란 앨범이 최애 앨범이 될 것 같다. 원픽 계절인 여름 전용 앨범 ‘CELLOPHANE’을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서 듣다 보면 정말 이대로 잠들어 녹아버릴 것 같다. 겨울 공연이라 ‘CELLOPHANE’ 앨범을 듣지 못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그건 기우였다. 하지만 겨울인 만큼 미드나잇 캔디의 수록곡들이 더욱 빛났고 보랏빛 가득한 조명은 더욱 신비롭고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선사해주었다.

너와 나 둘이서

사실 ‘프롬’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성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대형 페스티벌과 록밴드의 내한 공연을 다니느라 다른 공연은 뒷전이었고 플레이리스트에서만 존재했었다. 코로나 이후 내한하지 않는 그들을 대신해 빈자리를 채워준 것은 ‘K-인디’였다. 다시 한번 반성하도록 한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이후 내가 즐기는 공연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뮤지컬을 보기도 하고 소극장을 가보기도하고 조그마한 공연을 찾아 헤메는 나를 발견했다. 공연중독(?) 말기...

소소한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하던 순간

사실 위드코로나로 인해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였고 바로 이틀 뒤인 월요일에 거리두기가 적용될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기에 살짝 불안하긴 했다. 다행히 공연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롤링홀은 브이홀 보다는 쬐끔 크지만 사실 스탠딩으로만 와봤던 곳이어서 이렇게 의자들이 놓여지니 훨씬 더 협소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한자리는 거리두기 좌석으로 띄어 앉으니 몇 명 들어오지 않아 좌석이 가득찼다. 애초에 롤링홀은 너무 작아서 내가 몇 번째 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자리 행운은 확실히 있었다. 왼쪽 자리는 예매된 좌석이었지만 사람이 오지 않았고 오른쪽 자리는 거리두기 좌석이어서 겨울 옷을 입고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달밤의 춤

짧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수칙 안내가 나오고는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생생하다. ‘이 아름다운 서울의 밤~ 오, 서울의 밤~’ 서울에서 저녁을 맞는다면 언제 들어도 그 순간을 환상적으로 바꿔줄 노래가 아니던가. 노래는 2~3곡을 묶어서 하나의 파트처럼 진행되었다. 파트와 파트사이에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을 대신해 들려준 여러 가지 소소한 스토리와 이야기가 연말의 공허하지만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잡아주었다. 협소한 공간과 단차없는 좌석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이게 어디야~’ 라는 마음을 가지면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다.

달밤의 댄싱을 끝으로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재빨리 일어나 MD상품을 샀다. ‘미드나잇 캔디’ CD앨범 한 장과 ‘Dear December’ 아크릴 키링을 구매해 나왔다. 원래 미드나잇 캔디는 LP로 사려다가 아쉽게도 구하지 못했었지만 그냥 CD로 만족하기로...! 다시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의 송년회 장소로 이동하면서 공연 도중 짧게 짧게 촬영한 영상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허공에 “연말이구나~“ 라는 말을 내뱉었다. 어느새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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