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2일차 #1(짝삼투어)

짝삼투어


내 돈 내고 체험하고 쓰는 리뷰


한국에서 바쁜 와중에도 여행 준비를 2주 정도 할 수 있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맨해튼이지만 여행 초기에 현지 투어를 통해 지리도 익히고 익숙해질 기회를 가지려고 한인텔 사이트에서 짝삼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짝삼투어는 굉장히 효율적인 동선으로 다운타운의 의미 있는 장소들을 돌아본다.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짝삼투어를 마치고 나면 한층 더 맨해튼이 친근해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여행 초반에 추천한다. 또한, 그냥 지나치면 모를 수 있는 미국의 역사와 상식을 매우 잘 설명해주시므로 짝삼투어를 하는 하루만큼은 학생이 된 느낌이 들 수 있는 굉장히 유익한 투어다.


집합 장소로 이동

짝삼투어의 집합 장소는 다운타운의 Century 21 맞은편에 있는 밀레니엄 호텔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오전 10시까지 가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근처에 도착하니 다운타운 관광의 시작점이니만큼 사람이 아주 많았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먼저 오신 한 분과 투어 가이드 분이 계셨다. 비수기라서 그런지 5명이 전부였는데 보통 8명 이상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남성이 많아서 신기한 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보통 남성은 한두 명이고 절대다수는 여성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원이 다 모여서 미지급한 40달러를 내고 투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오큘러스

처음으로 간 장소는 오큘러스. 9.11테러로 타격을 입은 쌍둥이 빌딩 대지에 건설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간 교통 역사다. 천장이 뚫린 구조를 건축학에서 오큘러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외부의 모습은 날개를 편 천사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날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다들 웃었다. 더 웃픈건 많은 관광객이 생선 뼈나 가시로 부른다는 사실 :D

천사의 날개(?)


9.11 메모리얼 파크

오큘러스를 빠져나와 바로 앞의 9.11 메모리얼 파크로 향했다. 여기는 테러로 무너지기 전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곳으로 북쪽 건물과 남쪽 건물이 무너진 장소에는 거대한 규모의 폭포가 희생자들의 영을 위로하듯 잔잔하고도 장엄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맨해튼 중심의 이 금싸라기 땅에 새로운 건물을 짓지 않고 희생자를 기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정신이 아닐까? 폭포의 테두리에는 희생된 소방서와 경찰서 그리고 부대를 기억하기 위해 하나하나 정성스레 새겨져 있다.


그들의 영혼을 위령하며

메모리얼 파크에는 또 하나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있다. 'Survivor Tree'는 9.11 테러 당시에 주변이 초토화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나무이기에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이 나무에서는 가장 최근에 다른 나라를 포함하여 테러로 희생된 단체나 사람을 추모하는 곳이다. 내가 갔을 때는 프랑스 테러 당시 민간인 여성 인질을 대신하여 자신을 인질로 내어줬다가 희생당한 경찰 간부분을 추모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트리

남쪽 폭포를 지나쳐 내려오니 거대한 구가 우리를 맞이했다. 원래 이 구는 세계무역센터 광장 분수대에 있던 장식물이었는데 테러로 건물이 무너질 때 파괴되어 쓰러지지 않고 외상만 입은 채 원래 상태로 우뚝 선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진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러에 굴하지 않는 의지

거대한 구를 지나쳐 내려오면 벽면에는 테러 당시 구조 활동을 펼치던 장면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역동적인 장면 속에 숨겨진 희생정신이 절로 느껴졌다. 잠깐의 엄숙한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트리니티 교회로 향했다.

감사하는 마음

트리니티 교회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이 교회는 영국 성공회에서 건립했다. 이 교회에는 두 명의 중요한 인물이 묻혀있는데 알렉산더 해밀턴과 로버트 풀턴이다. 미국 달러화에 들어간 인물 중에서 대통령이 아닌 인물은 알렉산더 해밀턴과 벤저민 프랭클린이 있는데 그렇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반증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의 부관이었으며 초대 재무장관을 지냈다. 로버트 풀턴은 최초로 상업적인 증기선을 성공시켜 미국의 교통을 크게 발전시킨 공학자이다. 다운타운에는 Fulton St가 있는데 그 거리를 걸으면서도 몰랐던 사실을 가이드 분에게 설명을 듣고는 역시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며 무릎을 '탁' 칠 수 있었다.

뉴욕 속의 영국

황소 동상

교회를 구경하고 나서 원래는 월스트리트로 가려고 했으나 오늘따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부터 가기로 했다. 브로드웨이를 따라서 내려오니 그 유명한 황소 동상이 나타났다. 예상대로 사람이 아주 많았으나 타이밍 좋게 끼어들어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주식을 상징하는 동물은 황소와 곰이라고 한다. 황소가 뿔을 아래에서 위로 치는데 이는 주식의 오름세를 나타내고 곰이 앞발을 들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은 내림세를 나타낸다고 한다. 최근에 황소 동상 앞에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세워진 용감한 소녀상에 대한 여러 가지 최신 논쟁도 들을 수 있었다.

주식의 상징 황소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스파이더맨 홈커밍)

황소의 닳고 닳은 은밀한 부위를 만지고 이동한 곳은 바로바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나오는 뉴욕의 명물! 맨해튼과 스태튼섬을 오가는 무료 페리의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오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허기가 진 우리는 역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허겁지겁 입에 넣고는 얼른 페리에 탑승했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페리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페리가 출발했다. 

맨해튼에서 멀어질수록 맨해튼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다 보니 왼쪽에 자유의 여신상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냈다. 복잡한 게 싫어서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에 직접 가지 않았지만 이렇게 멀리서나마 바다를 벗 삼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페리가 무료다 보니 안에는 노숙자도 듬성듬성 보였다. 날이 추우면 더 많은 노숙자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페리가 스태튼 아일랜드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는 곧바로 맨해튼으로 돌아가는 배에 탔다. 관광객 대부분이 곧바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타기 때문에 따라서 탑승하면 된다. 돌아가는 배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눈도 잠깐 붙일 수 있었다.

맨해튼을 벗어나니 진짜 맨해튼이 보인다

자유의 여신

월스트리트(다크나이트)

맨해튼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미루어 두었던 월스트리트로 이동했다. 이날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에는 중국 기업이 상장했는지 인공기가 걸려있었다. 증권거래소의 옆에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거행한 페더럴 홀이 있다. 입구의 조지 워싱턴 동상은 취임 선서 당시 성경에 손을 얹은 자세를 구현했는데 고결함과 숭고함이 느껴졌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월가

월스트리트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인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에서 배트맨과 경찰 그리고 베인과 그의 무리가 한바탕 전쟁을 벌이는 장소이다. 중세의 잿빛 건물이 거대하게 서 있는 이곳에서의 전투 장면은 비장미와 장엄함이 느껴진다. 잠깐 뉴욕이 아닌 고담의 감성을 느끼며 월스트리트를 감상하고는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으로 이동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 월스트리트 IN 고담

절묘한 구도의 트리니티 교회

'Wall Street' 그곳에 서있다니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의 강변 산책로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으로 넘어오니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조용하고 한적했다. 특히 맨해튼 전망이 펼쳐지는 강변은 부촌이라고 하셨다. 맨해튼으로 밀려드는 노동자를 피해서 한적하게 살아보고자 건너온 부자들이 마을을 이룬게 시초라고. 맨해튼 스카이라인과 브루클린 다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은 뒤 드디어!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브루클린의 맛집인 그라말디스 피자를 먹으러 달려갔다.

맨해튼 뷰와 브루클린 브릿지

그리말디스 피자, 아이스크림

그리말디스 피자에 도착하니 줄이 엄청나게 길었지만, 이곳의 VVIP인 가이드님의 능력으로 우리는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개이득 :D 피자는 가이드님이 추천한 것 두 개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진은 하나밖에 찍지 못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평소 화덕 피자를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다리 아래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이동했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CASH ONLY 니까 현금 필수. 아이스크림은 특별히 맛있지는 않지만, 위치상의 이점을 톡톡히 보는 가게였다.

여행의 참 재미 :: 맛집

덤보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우리는 조금 걸어서 대망의 덤보로 이동했다. 사실 나는 덤보라는 곳이 어딘지 가기 직전에야 알았고 이곳이 무한도전에 나와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토존이 되었다는 것을 가이드님에게 처음 듣게 되었다. 예전에는 덤보라고 검색하면 못생긴 괴물이나 나왔는데 무한도전에 나온 뒤 한국인들이 많이 찾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 #DUMBO 해시태그가 엄청나게 인기몰이를 하면서 다른 나라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새삼 SNS의 위력에 모두가 놀랐다.

맨해튼 브리지가 보이는 무한도전 덤보로 이동하기 전에 근처의 한 카페가 위치한 곳의 옥상을 알려 주셨는데 이곳이 아는 사람만 안다는 포토존이었다. 여기서 가이드님이 여러 가지 스냅샷을 잘 찍어주셨다. 날씨도 나름 괜찮아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는 덤보로 이동했다.

덤보에는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강제 한국인 정모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을 제외하고도 많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목 좋은 곳을 찾아 타이밍을 재어가며 끼어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는 대충 찍어도 워낙 구도가 좋아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게다가 가이드님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맨해튼 브리지 중앙의 여백 사이로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황금 구도였다.

덤보 워킹

브루클린 브리지

덤보의 인생 촬영을 끝내고 마지막 코스인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서 맨해튼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밟았다. 가이드분이 말씀하길 브루클린 브리지는 맨해튼에서 브루클린 방향으로 건너는 것보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방향으로 건너가는 것이 맨해튼의 화려한 경치를 볼 수 있어 훨씬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코스도 이렇게 짜셨다고. 브루클린 브리지는 내가 본 어떤 다리보다 거대했다. 다 걷는 데만 30분이 넘었으니 이 정도면 길이도 엄청 긴 수준일 것이다. 브루클린 브리지에서는 투박하고 빈티지한 매력이 느껴졌다. 특별한 장식 없이 거대한 철사들이 중심에서 뻗어 나와 거미줄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거대하지만 소박한 느낌을 모두 가진 매우 매력적인 다리였다. 내가 본 다리 중 기억에 오래 남은 영국의 타워 브리지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다리였는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브루클린 브리지다.

브루클린 브리지를 걷다

투어 끝

다리를 건너와 뉴욕 시청이 보이는 광장에서 공식적으로는 투어를 마쳤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다운타운 도보 투어였다.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고 그곳에 담긴 역사를 알고 싶다면 정말 이만한 투어는 없을 것! 기분 좋게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분과 같이 미드타운으로 이동하여 일행들과 헤어졌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웠던 뜻이 맞았던 몇 분과 같이 맥주를 마시러 로컬 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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