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The Martian) 스포일러 리뷰




마션

(THE MARTIAN)


본 포스트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마션을 관람했다. 사실 'SF'를 너무 좋아하여 개봉하면 바로 보려고 했는데 소설을 먼저 읽고 보기위해 미뤘다. 그리고 다 읽은 바로 다음날 '아이맥스'로 관람하고 왔다. 시각적 효과에서는 아이맥스 효과가 거의 없었다. 뒤늦게 DMR 변환 급하게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히려 ‘스타리움관’ 에서 넓은 크기의 스크린으로 감상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맥스’ 로 본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나는 아이맥스로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아이맥스로 봐야 직성이 풀리니까. 그리고 어차피 일반 ‘2D’보다는 모든 면에서 더 좋다.


앤디 위어 장편소설 'The Martian'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일단 소설과 다른 부분은 마지막 부분만 제외하면 많이 없었지만 그냥 빠지거나 대충 넘어간 부분이 많았다. ‘마션’ 을 아직 관람하지않은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꼭 소설을 읽고 보라는 것이다. ‘마션’ 은 거의 90% 이상의 내용이 ‘마크 와트니’의 생각을 서술해 놓은 일지이다. 이것을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계속해서 나레이션을 넣기에 힘들었고, 그에 따라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다. (더 넣었으면 완전한 ‘화성에서 살아남기’다큐멘터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재도 앞의 두시간분량은 ‘다큐’라는 혹평이 꽤 많고 취향이 아닌 관람객들은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영화는 원작속의 많은 ‘화성일’ 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스토리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을 적어보았다. 영화는 과학기술적인 측면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못했다. 관객에게 지루함을 선사할것을 우려했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또 실제로 영화에서는 많은 화성일을 건너뛰기 때문에 시설이나 제어기를 설명하기에 시간이 부족했을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들을 몇 가지 서술해보자. 먼저 감자이야기를 해보면 영화에서는 ‘추수감사절전에 열지 말것!’ 이라는 감자를 발견하고 화성의 모래와 진공포장된 동료들의 인분을 섞어 밭을 만드는 장면만 나온다. 하지만 어떻게 화성의 모래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만들 수 있었는지(박테리아 감염) 조금만 설명이 보태졌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물을 만드는 과정도 그저 수소를 이용했다는 점만 보여주었다.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의 밸런스 때문에 물을 생성하는데 엄청난 고행을 겪는 장면도 빠져 아쉬움을 더했다.


1997년 실제로 화성에 착륙한 무인 로버 '패스파인더'


다음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장면이다. ‘와트니’가 ‘패스파인더’를 찾으러가는 부분인데, 영화에서는 아무런 고난없이 ‘패스파인더’를 아주 잘 찾으러간다. 몇 화성일인지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면 하루만에 찾아서 돌아왔다고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이 장면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추후 이야기의 끝에서 마지막 목적지인 ‘아레스4 착륙지’로 무사히 도착을 하게되는데는 이 ‘패스파인더’를 찾으러 다녀온 경험이 매우 중요한 바탕이된다. 때문에 원작에서는 대략 ’30 화성일’에 걸쳐 여러차례 시운전을 통해 실험을 하고 ‘패스파인더’에 다녀오는 여행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와트니’는 화성에서 장기간 여행을 하기위해 필요한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얻는다. (거주용 막사에서 몇 개의 태양전지를 ‘로버’에 실어야하는지 충전시간과 달리는 시간을 고려한 계산, 뒤에 달려있는 트레일러의 내부 설계 등) 아마도 이 부분을 줄여야 지구와 교신이 되는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고, 그래야 돈 많이 주고 모신 다른 배우들의 분량이 채워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계공학자겸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


또 하나, 영화에서는 식물학자의 모습만 처음부터 강조된다. 그러나 원작 설정상 ‘마크 와트니’는 식물학자겸 기계공학자이다. 최고의 우주비행사로서 아레스3 탐사대원들은 모두 두 가지 이상의 전문가이다. 예를들면 ‘선외활동 전문가겸 화학자’ 이런식이다. 폭발사고로 감자밭이 얼어버린 뒤에는 기계공학자로서의 지식이 훨씬 더 생존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소설에서는 수없이 많은 위기를 기계공학 지식으로 해결한다. 거주용 막사의 생명유지장치, 물 환원기, 대기 조절기, 각종 제어기는 몇 차례나 고장이나며 계속해서 수리를 해나가는데 이 과정도 모두 생략되었다. 이것들 중 하나라도 고장나면 목숨이 위태로운만큼 간단하게라도 설명해줬으면 어떤식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이해를 도울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냥 필수장치니까 굳이 설명을 하지않는다.




삭제된 장면



소소하게 빠진 부분은 의외로 많지만 아주 큰 부분은 아니다. 원작에서는 아레스4 착륙지로 여행하던 도중 지금까지의 모든 고된 노력이 위기에 처하게된다. 바로 모래 폭풍이 그 원인이다. 'NASA'에서는 위성을 통해 모래 폭풍의 존재를 사전에 알았지만 '패스파인더'의 고장으로 그 사실을 와트니에게 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렇다 원작에서는 와트니가 드릴로 작업을 하다 실수로 패스파인더가 고장난다. 이후 와트니가 일방적으로 나사에게 모스부호를 통해 상황만 알리는 방법으로 교신을 이어간다.) 


화성의 모래 폭풍은 시각적으로 화성의 일반 대기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이 전부라 깊게 들어가기전까지 눈치채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모래 폭풍은 햇빛을 차단시켜 태양 전지의 충전률을 떨어트린다. 그러나 와트니는 매우 운이 좋게도 바로 앞에 마주친 '마르트 분화구'를 돌아가기 위해 경로를 계산하다 직접 언덕으로 올라가보게 된다. 앞쪽의 지평선은 뿌옇고, 뒤쪽은 나름 선명하다. 또한 화성은 본래 대기가 뿌옇지만 그래도 다른 방향으로보아도 분화구의 테두리는 똑같이 보여야한다. 이런 시계(시력이 미치는 범위)의 비대칭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모래 폭풍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고, 태양 전지 세개를 삼각형 방향으로 이동하며 떨어트린뒤 다시 수거하며 돌아온 뒤 충전률을 측정하여 모래 폭풍의 방향을 가늠한 와트니는 무사히 폭풍을 벗어난다. 이 장면은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되지만 왜 삭제 되었는지 알길이 없다. 추측하건데 어차피 기정 사실화 되어있는 와트니의 아레스4 화성상승선 탑승을 끌지않고, 그냥 넘어가는걸로 한 것 같다.



변경된 장면




아레스4의 '화승상승선'으로 궤도로 진입한 와트니를 구조하는 장면에서 랑데뷰(나란히 서는) 거리를 맞추지 못해 결국 누군가가 선외 비행을 통해 와트니를 구조해 우주선까지 데려와야하는 상황에서 루이스 대장은 "더 이상 대원을 잃을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본인이 직접 와트니를 구조하러간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선외활동전문가 베크가 출동하게되고 아슬아슬하게 구조에 성공한다. 물론 우주복의 손에 구멍을 내어 아이언맨처럼 날아오는 장면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극적인 장면을 살리려 변경되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엄연히 '선외 활동 전문가'라는 분야가 있는데 대장이라하여 비전문분야에 희생정신으로만 본인이 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의지의 긍정맨



‘와트니’는 정말이지 의지의 긍정맨이다. 영화에서는 이것에 초점을 잘 맞추었고,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소설을 읽을때도 정말이지 심각한 상황인데도 독자로 하여금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특유의 조크는 마션의 조미료와 같다. 궁극적으로 와트니가 화성에서 장기간 생존하고 구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신력이 버텨줬기 때문이다. 본인이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나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만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데, 화성에 혼자 남았다는 것을 자각했을때 몰려오는 초월적 공허함은 한 인간의 정신을 뚫고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원작소설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응원하고 감동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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